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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할아버지와 천연비누
일상

아직도 푸른 용문산은행나무, 대웅전 마당 한켠 수각엔 동전이 그득하다.

by 나무할아버지 2020. 9. 18.

오랜만에 들려보는 용문산은행나무는 아직도 푸르르고 대웅전 마당 한켠 수각엔 동전이 그득하다.

 

 

초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 홍여사와 용문산은행나무를 찾는다. 

수각을 감싸 안은 용이 물고있는 여의주에서는 약수물이 흘러나와 목마른 방문객의 입을 적신다.

 

 

수각에 고인 물엔 많은 사람들의 기원을 담은 동전들이 가득하고, 수각에 턱 걸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해태의 부리부리한 눈은 누가 어떤 기원을 담았는지 궁금한 듯 동전 속에 눈길이 꽂혀있다.

 

 

천백 년을 지켜온 용문산은행나무 파란 하늘에 걸린 구름, 모두가 정겹고 은행나무 틈새로 보이는 서산을 넘으려는 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길 섶 작은도랑 옆 바위엔 해묵은 이끼 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취가 예쁘다. 사십 년 전 홍여사를 위해 만들어 주었던 첫 번째 테라리움을 만들면서 테라리움에 심었던 소재로 옛 기억이 새롭다.

 

 

하산길 길 옆에는 가을을 알리는 알밤을 털어낸 밤송이 껍질이 반갑다.

그 지리한 장마와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빗줄기를 뒤로하고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는 신호를 보낸다.

 

 

작년만 해도 잎을 가릴 정도로 가득 달렸던 은행 열매가 올해는 듬성듬성 지난해 반도 못 미치는 것 같다. 해걸이 때문인지 지난여름 지루한 장마 때문인지 무언가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오랜만에 홍여사와 함께 오른

용문산은행나무

대웅전 한켠 수각에서

목마름을 해갈하고

초가을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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